
1. 집중과 은혜로 채워진 ‘여름 성경학교’
필리핀은 4월과 5월, 두 달이 넘는 본격적인 방학 기간을 맞이했습니다. 방학은 아이들의 신앙이 영적으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 첫 사역으로 여름 성경학교가 열렸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소수 정예 양육을 방향으로 잡고 기도해 왔습니다. 여름 성경학교를 열면 온 동네 어린이들이 300명 넘게 몰려드는데, 이는 재정적으로나 인력 수급 면에서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올해는 100명 이하로 인원을 구성하여 반별로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부 전원이 보조교사로 헌신해 주어, 주일까지 이어지는 4일간의 성경학교를 은혜 가운데 잘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말씀에 깊이 집중해 준 점입니다. 또한 자녀 교육에 열정적인 이웃 마을 부모들이 자녀를 저희 주일학교에 보내기 시작해 사역에 더욱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주일학교를 거친 아이들의 부모가 1년쯤 뒤에 장년 예배에 출석하는 열매로 이어지고 있기에, 앞으로도 주일학교 사역의 발전은 매우 중요합니다. 계속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 기쁨과 간증이 가득했던 ‘청소년 연합 수련회’
성경학교에 이어 매년 큰 기대를 품게 하는 사역은 바로 청소년 수련회입니다. 수년간 노회 소속 10개 교회가 연합하여 수련회를 진행해 왔는데, 해가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 처음에는 80명, 100명, 작년에는 130명, 올해는 150명가량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150명이 한 번에 모여 식사하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쓰며 숙박할 수 있는 규모의 교회나 장소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교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날 두 곳에서 각각 수련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각 장소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을 보내주셔서 총 200명의 청소년이 함께하는 더 큰 은혜를 주셨습니다.
저희 리나신 교회에서는 4가정의 선교사 교회가 연합하여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선교사들이 직접 준비했는데, 아이들에게는 한국식 수련회를 처음 경험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수련회 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97%의 학생들이 식사에 크게 만족했고, 프로그램 중에는 한국식 ‘천로역정’이 가장 좋았다고 응답했습니다. 선교사들이 직접 전한 말씀과 특강, 성경 퀴즈, 조별 연극 발표회, 그리고 마지막 날 수영장 활동까지 모두가 만족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다니엘처럼 뜻을 정하자”라는 주제에 맞게,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신앙을 진지하게 돌아보았다는 간증들을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내년에는 3박 4일로 가자고 졸라댑니다. 네 가정의 선교사 부부도 ‘돌아온 탕자’ 연극에서 몸을 던져 열연했는데, 그 진심이 학생들에게 큰 메시지로 닿은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전체 결산은 약 400만 원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매년 이 재정이 부족하여 프로그램이 위축되거나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이번 사역을 위해 각 교회와 선교사님들이 재정을 모았습니다. 저도 그동안 모아둔 선교비를 모두 소진했지만,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전혀 아깝지 않다는 고백을 드렸습니다. 특히 성도님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청년들의 헌신을 볼수 있어 감사드리며, 내년 여름 사역을 위한 특별한 후원의 손길들이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회 본당과 에어컨은 150명을 넉넉히 수용할 수 있지만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여 100명밖에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천막으로 임시 샤워실을 만들었으나 수련회 기간 폭우로 무너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이 문제를 예상하고 여학생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각각 6칸씩 증축하려 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더 시급했던 교회 전기 증설 공사에 예산을 먼저 사용해야 했습니다. 다가오는 해에는 이 시설들이 온전히 구비되어, 내년에는 더 많은 청소년이 불편함 없이 은혜를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영혼을 구원하는 통로가 된 ‘침술 의료 봉사’
최근 다른 선교사님의 사역지에 방문하신 한국의 침술 사역팀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두번 다 시골에 있는 저희 교회 성도님들을 초청해 주셨습니다. 침술 치료가 꼭 필요한 성도 40명을 두 번에 나누어 모시고 먼 거리를 다녀왔습니다.
특히 이곳에 치료가 절실하다는 상황을 보시고 한국으로 귀국하시는 당일 하루를 따로 떼어 저희 교회까지 직접 찾아와 사역을 펼쳐주셨습니다. 덕분에 50명 가까운 이들이 추가로 치료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그중 절반 이상이 아직 교회를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복음의 접촉점이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으며, 치료 결과도 참 좋았습니다. 자신의 사역지처럼 헌신적으로 챙겨주신 두 분의 선배 선교사님과 두 분의 침술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4. 안전과 섬김을 위한 ‘이런저런 교회 공사’
교회 시설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1년 내내 끊임없이 수리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과거 교회 건축 당시에 이웃들을 위해 내주었던 사잇길이 시간이 흐르며 자꾸 침수되고 담장까지 기울어 안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오랜 설득 끝에 사잇길을 폐쇄하고 땅을 정리했습니다. 뒷집 이웃에게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인근 초등학교에 모터를 달아 수도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이웃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교회 시설관리부를 중심으로 성도들과 함께 교회 안팎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 역시 성도들이 교회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이웃을 섬기는 귀한 영적 교육의 과정이라 믿습니다.
5. 선교지의 현실적인 과제, ‘여권 갱신과 비자 연장’
저희는 2년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합니다. 특히 올해 비자를 신청하면 10번째로 20년 비자가 끝이 납니다. , 이번에 비자가 승인되면 2년의 체류 기간이 주어지지만, 2년 후에는 온 가족이 한국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처음 파송되는 선교사처럼 서류를 새롭게 다시 준비하여 비자를 받아야 그다음 30년 차 사역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비자 법이 원활하게 허용될지 알 수 없어 2년마다 긴장과 기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비자 행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6. 군 복무 중인 아들 강휘를 향한 은혜
지난 편지에 아들 강휘가 우여곡절 끝에 군에 입대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벌써 훈련소 수료식을 마치고 수송대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교회를 다녀온 후 갑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반 감기와 다르게 죽을 것처럼 심하게 앓았고, 일주일 동안 해열제와 진통제로 버티며 힘겹게 훈련을 받아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에 걸렸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엄마인 사모는 타국에서 아들의 아픈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딱 강휘 나이 때 이스라엘에 머물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한국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음식을 먹고 심한 식중독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모진 아픔의 목적은 결국 저를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게 하시고,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하시려는 부르심의 통로였습니다. 고난과 힘든 환경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된다면, 그 아픔조차도 하나님의 선하신 은혜입니다. 이러한 광야의 경험들은 선교지 성도들에게 기복적인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의 참된 자녀로 살아가는 부르심을 가르치는 살아있는 예화가 됩니다. 강휘 역시 군대에서 이 편지를 읽으며 위로를 얻고 힘을 내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선교지가 단순히 복음을 겨우 맛보는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도 바울이 1차 전도여행 때 복음을 전한 곳들을 2차, 3차 여행을 통해 끊임없이 다시 돌보고 양육했던 것처럼, 복음의 최종 목표는 성도들이 풍성한 은혜 속에서 성령의 부르심에 온전히 응답하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우뚝 서는 것입니다. 현지 교회가 온전한 양육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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